강물처럼 말한다는 건 어떤 어떤 걸까?
한 아이가 있었어요. 아침에 깨어나 밥 먹고 학교에 가고 그렇게 하루를 보내는 아이가. 그런데요, 이 아이는 어딘가 좀 우리와 다른 부분이 있어요. 물론 우린 저마다 다 달라요. 똑같은 하늘을 보고도 각자 느끼고 생각하는 바가 저마다 다른 것처럼요. 좋아하는 것도 잘하는 것도 생각하는 것도 습관도 모두 다 다르지요. 평범해 보이는 이 아이는 말을 꺼내는 것이 너무나 어려워요. 꺼내놓고 싶은 말들은 늘 목구멍에, 혀끝에 걸려있었어요.
나는 아침마다 나를 둘러싼 낱말들의 소리를 들으며 깨어나요.
그리고 나는 그 어떤 것도 말할 수가 없어요.
학교에서는 맨 뒷자리에 앉아요. 말을 할 일이 없기를 바라면서요.
선생님이 나에게 무언가 물어보면 모든 아이들이 나를 돌아다봐요.
유난히 힘든 하루를 보낸 날, 아빠는 아이를 데리고 강가로 갔어요. 강을 따라 걷는 동안에도 아이 머릿속에는 악몽 같았던 순간이 자꾸만 맴돌았어요. 뒤틀리는 입술을 지켜보던 그 많은 눈, 키득 거리며 비웃던 그 많은 입들… 슬픔에 사로잡힌 아이를 달래면서 아빠가 말했어요.
“강물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보이지?
너도 저 강물처럼 말한단다.” 나는 강물을 보았어요.
아빠의 말에 아이는 흘러가는 강물을 바라보았어요. 물살에 따라 흐름에 따라 굽이치다가 소용돌이치고 부딪치며 흘러가는 강물.
두 눈을 감고 의미를 되새겨보는 아이의 얼굴을 클로즈업해서 보여줍니다.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대문 접지를 펼치면 찬란하게 빛나는 강물이 아이 안에서 흐르고 있어요. 내 안에 살아 숨 쉬는 강물, 소용돌이치고 굽이치고 부딪치면서 당당하게 흘러가는 강물, 있는 그대로의 강을 온전히 느껴보는 나. 아이는 울고 싶을 때마다 말하기 싫을 때마다 그 말을 떠올립니다.
“나는 강물처럼 말한다.”
그날 아빠의 말에 아이는 스스로를 인정하고 관점의 변화를 일으켜요. 또 하루가 밝아오고 아침이 찾아왔어요. 침대 머리맡에 강물 그림이 한 점 걸려있어요. 그림 위에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라고 쓴 문구가 눈에 들어옵니다. 수줍은 얼굴로 아이는 발표를 하기 위해 칠판 앞으로 나가 섰어요. 수줍게 상기된 얼굴, 살포시 감은 두 눈. 여전히 한 마디 한 마디 말이 되어 나오는 일은 쉽지 않겠지요. 하지만 이제 아이는 맨 뒷자리에 앉아 마냥 가슴 졸이던 그 아이가 아니에요.
시적인 비유와 상징으로 가득한 아름다운 글과 그림이 어우러져 책장을 덮은 뒤에도 여운이 오래 머무는 그림책, <나는 강물처럼 말한다> 어떠셨나요? 오늘 하루만큼은 당신의 다감 안테나를 세우고 주변을 바라보세요. 분명 새로운 일상이 보일거에요. 🥰